다시 주목받는 '중위험 중수익'…채권형펀드·ELS로 '뭉칫돈'

입력 2021-03-10 17:10   수정 2021-03-18 18:30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채권형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ETF자문포트폴리오(EMP) 펀드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다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성장주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지수도 약보합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기대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안전자산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01개 국내 채권형 공모펀드에는 최근 한 달 동안 1조893억원이 순유입됐다. 올 들어선 1조3573억원이 들어왔다. 이는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자금 유입액(4845억원)의 세 배에 달한다.

특히 만기가 짧은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우리단기채권’과 ‘미래에셋TIGER단기통안채’ 펀드에는 각각 한 달 동안 3000억원 넘는 돈이 몰렸다. ‘KODEX단기채권PLUS’ ‘KODEX단기채권’ ‘IBK단기채’ 등에도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유입됐다. 주로 1년 미만 단기채에 투자하는 펀드들이다.

주식시장이 불안해지자 투자자들이 채권형 펀드로 자금을 옮기면서도 금리 상승 불안 역시 커져 장기채 투자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시장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금리 상승 국면에선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지난달 25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1.6%까지 치솟았고, 한국 10년물 금리 역시 연 2%를 넘어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주식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컸지만 올해는 지수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예금 금리보다 높은 상품의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중수익 상품인 ELS도 올 들어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 ELS 발행 규모는 작년 말부터 급증해 지난달 5조원을 넘어섰다. 올 1월 3조원대에서 57% 급증했다. 이달 들어서도 한 주간 1조원씩 몰리고 있다. ELS는 지난해 2분기 이후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발행 규모가 당시 2조원대까지 떨어졌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작년 변동성이 컸던 기초자산 가격이 어느 정도 회복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작아졌다”며 “최근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도 ELS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하는 ‘초분산투자’ 상품인 EMP 펀드 역시 최근 1개월 동안 1351억원이 유입되며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다. ‘KB다이나믹4차산업’ ‘IBK플레인바닐라’ ‘미래에셋글로벌코어테크’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 등 EMP 펀드에는 한 달간 각각 200~400억원대의 자금이 유입됐다. 절대수익률이 다른 펀드를 압도하는 상품은 아니지만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일정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올해처럼 불확실한 여건에서 투자 대안이 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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